[천자 칼럼] '화성 침공'에서 '화성 탐험'으로

입력 2021-02-10 16:44   수정 2021-02-11 00:17

푸르게 빛나는 다른 별들과 달리 붉은 기가 도는 화성(火星)은 불길한 존재로 여겨졌다. 고대 로마에선 핏빛과 전화(戰火)를 떠올린 까닭에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서 그 이름을 땄다.

근대 들어서도 화성에 대한 ‘공포’는 오해 탓에 더 확산했다. 1877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망원경으로 화성 표면에 가느다란 직선들이 교차하는 것을 발견하고 ‘카날리(canali)’라고 불렀다. ‘카날리’는 이탈리아어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길’을 뜻하지만, 영어로는 운하를 뜻하는 ‘canal’로 번역하면서 일이 커졌다. 화성에 대운하를 팔 정도의 고등 생명체가 산다는 믿음이 퍼진 것이다.

1898년 영국 작가 H G 웰스가 화성인이 지구를 공격한다는 내용의 소설 《우주 전쟁》을 내놓으면서 ‘화성 침공’이란 우려가 구체화했다. 1938년엔 배우 겸 감독 오손 웰스가 이를 각색한 라디오 드라마를 실제 상황인 양 방송해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후 연체동물 형상을 한 ‘화성인’은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꾸준히 재생산됐다.

1976년 미국 바이킹1호가 화성에 착륙해 표면 이미지를 전송하면서 화성이 ‘침공’의 주체에서 ‘탐사’의 대상으로 바뀌게 됐다. 화성은 중력이 지구의 40%이고 이산화탄소가 대기의 95%에 달하지만, 계절이 존재하고 자전주기(24시간 39분)가 지구와 비슷한 까닭에 인류의 거주가 가능한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평균온도가 영하 53도지만 최고기온은 영상 20도까지 오른다.

행성 개척이라는 상징성에다 실현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화성 탐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가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탐사 주체도 다양해졌다. 급기야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해 쏘아올린 탐사선이 미국 러시아 유럽우주국(ESA)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중국도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화성 탐사경쟁을 바라보는 것이 편치만은 않다. 한국도 올 10월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쏘아올리고, 차세대 중형위성을 개발할 예정이지만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달착륙선 개발계획도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우주산업은 각종 첨단기술의 개발과 생산, 활용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크다. 미래의 꿈이 걸린 경쟁에 더 뒤처져선 안 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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