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와 선수들의 높은 인기만큼이나 충격은 크다. 철없던 시절의 잘못이라고만 하기에는 폭언, 폭행, 금품 갈취, 가혹 행위 등 죄질이 나쁘다. 당사자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실망과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이들 선수의 배구계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유명 인사, 공인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처하는 자세다. ‘사과’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포털사이트에 ‘사과’라고 검색하면 과일 사과에 관한 기사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하루가 멀다고 누가 어떤 잘못 때문에 사과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연예인,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의 사과는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막말과 혐오, 비하 발언 등 부적절한 언사부터 뒷광고, 음주운전, 층간소음 시비 등에 이르기까지 사과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연예인을 비롯해 대중적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과와 함께 나름의 책임을 지게 된다. 사안이 가벼우면 사과로 그치지만 일정 기간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손실도 감내한다.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배우, 월 수억원의 매출을 포기한 유튜버도 많다. 자의든 타의든 사과와 함께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셈이다.
황 장관은 이 정부가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한 29번째 장관급 인사다. 일일이 기억하기도, 거론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후보자가 온갖 의혹 속에서도 높은 자리를 꿰찼다. 청문회는 요식 행위로 전락했고, 의혹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마지못해 사과하면 됐다. 그에 따른 책임은 없다.
프로배구 선수들의 학폭 논란과 사과를 보면서 사과의 불공평함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연예인이든 프로선수든 정치인이든 공직자든 대중 앞에 공개된 ‘공인’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누구는 책임을 지고 누구는 사과만으로 끝난다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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