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은행 계좌내역과 카드 결제내역, 보험 가입 내역, 주식투자정보까지 국민은행에 빌려주면서 누릴 수 있게 된 서비스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 사업은 이처럼 개인이 은행·카드·보험·증권·통신사에 흩어진 신용정보를 하나의 회사에 몰아주면, 그 회사가 신용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지난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내 신용정보를 너희 기업에 맡길 테니 나에게 걸맞은 최적의 서비스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28개사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자산을 각각의 금융회사에 나눠서 보관하면 이 자산들을 통합적으로 어떻게 굴려야 할지 막막해진다. 어떤 카드를 써야 돈을 더 아낄까. 어떤 보험에 들어야 아플 때 보험금을 적게 받아서 서럽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대신해주는 것이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핵심이다.
카드추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뱅크샐러드에서는 추천한 카드를 썼을 때 현재 지니고 있는 카드보다 한 해 동안 얼마나 포인트를 더 쌓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조건을 세세하게 따지기 어려운 보험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대신 고민해주는 분야다. 뱅크샐러드는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받은 건강검진 데이터와 병원비 지출 내역을 통해 보험상품을 추천해준다.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연말정산도 대신해준다. 뱅크샐러드는 한 해 동안의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이 소득공제 최저기준(연 소득의 25%)을 만족하는지 보여준다. 최저기준을 넘겼다면 얼마나 공제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알아서 신용점수를 올려주는 플랫폼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앱에서는 신용점수를 높일 수 있도록 분석리포트를 제공한다. 리포트에는 같은 나이대에 비해 신용점수가 얼마나 높은지, 카드 소비액은 얼마나 많은 편인지, 대출액은 어느 정도인지 비교할 수 있다. 신용점수가 900점에서 800점으로 낮아졌다면, 대출 잔액이 많다는 식으로 미흡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자기가 은퇴하고 싶은 나이를 정하면 추가로 필요한 연금이 얼마인지 대신 계산해주는 ‘미래준비’ 기능도 갖췄다. 은퇴 나이와 사망연령을 입력하면 금융자산과 국민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까지 더해 은퇴 이후 얼마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과는 관련 없는 실생활에서도 마이데이터가 도움이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갖고 있는 차를 팔았을 때 당장 받을 수 있는 중고차 시세를 자산내역으로 보여준다. 자동차 검사까지 남은 기간, 유가시세와 주변 주유소까지 안내하는 등 자동차 유지에 필요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엔진오일과 같은 소모품은 네이버쇼핑을 통해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도 한다.
예컨대 게임을 즐기는 얼리어답터에게 익숙하지 않은 바이오주를 추천하면 주가 하락 시 손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게임주나 기술주를 추천하면 평소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관련 회사를 인터넷으로 공부하면서 주가가 떨어져도 쉽게 팔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가 평소 게임을 즐기는지를 카드 결제데이터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고객 신용정보를 분석해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상품을 판다면 투자 성과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에게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접목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의 마이데이터 앱인 NH스마트뱅킹에는 ‘마이농가’ 탭이 별도로 있다. NH스마트뱅킹에서는 농가수익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업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농협 하나로마트의 유통데이터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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