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연쇄 브리핑은 ‘미국이 북한문제 해결의 갈피를 잡아가고 있다’는 안도감과, 한·미·일 삼각동맹 균열에 대한 걱정을 동시에 안긴다. 국무부는 “우방들과 아주 활발하게 북핵을 조율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북핵 해결이 후순위가 됐다는 외교가의 관측을 강력히 부인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동맹과의 불협화음을 직설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야 할 만큼 한·미 간 이견이 만만치 않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를 조율 중인 두 나라가 사용하는 용어부터 다르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미 국무부는 ‘핵심 전제는 북한 비핵화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브리핑했지만, 한국은 최근 ‘2020 국방백서’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완료’를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개념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군축을 논의하자는 북의 주장을 두둔한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미국은 꽉 막힌 한·일 관계에 대한 불만도 여과없이 표출 중이다. “한국에서 듣는 것이라고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정신,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뿐”이라며 “한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 있다”는 미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흘러나올 정도다.
정부는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보수언론발 가짜뉴스’라며 호통쳐왔다. 하지만 이중 플레이가 누적되면서 이제 감추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죽창을 들자”던 대일 관계 역시 몇 달 전부터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며 몸을 낮추더니 선거를 앞두고는 또다시 ‘토착왜구론’으로 급선회했다. 그런 와중에 중국 스파이 군함은 서해로 무단진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동맹 공조 다자주의’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한반도 정세를 오판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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