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가족은 '5인 모임' 허용…PC방·대형마트 영업제한 풀린다

입력 2021-02-14 17:42   수정 2021-02-15 00:56


작년 12월부터 두 달 넘게 지속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방역 관점에서만 보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하루 1000명을 넘나들던 코로나19 확진자를 300명대로 떨어뜨린 일등공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야를 ‘국민의 삶’으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의 피로감과 우울감을 키우고, 수많은 자영업자를 ‘그로기’ 상태로 내몬 원흉이어서다. 지난 13일 발표된 거리두기 조정안에 대해 “코로나19 방역에 쏠렸던 무게추를 자영업자 보호로 조금 옮겨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는 이번 조치가 자칫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집합 허용 인원 대폭 확대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조치의 핵심은 ①집합 허용 인원 확대와 ②영업시간 연장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①의 대표적인 예는 직계가족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대상에서 빼준 것이다. 직계가족은 동거하지 않더라도 식당 카페에서 5인 이상 모여도 된다는 얘기다.

결혼식·장례식 허용 인원도 확대된다. 수도권은 50명 미만에서 100명 미만으로 완화된다. 비수도권은 100명 미만에서 시설 면적 4㎡당 1명으로 기준을 바꿨다.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수도 늘어난다. 수도권은 면적 16㎡에서 8㎡당 1명으로, 비수도권은 면적 8㎡에서 4㎡당 1명으로 바뀐다. 수도권에선 사우나·찜질시설 등의 운영 금지는 유지된다.

종교활동 참가 허용 인원도 늘어난다. 수도권은 좌석의 10%에서 20%로, 비수도권은 20%에서 30%로 기준이 바뀐다. 그동안 무관중으로 해온 수도권의 스포츠 경기는 이제 수용 인원의 10%까지 관람객을 받을 수 있다. 비수도권에선 전체 좌석의 30%까지 관객으로 채워도 된다.
수도권 유흥시설 12주 만에 문 연다
두 달 넘게 계속된 수도권의 ‘9시 코로나19 통금’은 오후 10시로 완화된다. 대상은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이다. 비수도권의 운영시간 제한은 완전히 풀린다. 수도권에 있는 영화관, PC방, 학원, 이·미용업, 대형마트 등 48만 개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 제한도 비수도권과 마찬가지로 15일부터 해제된다. 학원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정한 조례를 지켜야 한다. 서울·경기지역 학원은 이 기준에 따라 오후 10시 문을 닫아야 한다.

유흥시설 6종도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수도권에선 12주간, 비수도권에선 10주간 유흥·단란·감성주점, 콜라텍, 헌팅포차, 홀덤펍의 간판 불이 꺼졌었다. 이들 시설은 좌석 이동, 춤추기 금지,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의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15일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숙박시설은 전국 공통으로 객실 수 3분의 2까지만 손님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전 객실을 팔 수 있게 됐다. 철도는 창가 좌석뿐 아니라 복도 좌석에도 손님을 앉힐 수 있다.
4차 유행 가능성 높아져
정부는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소에는 기존 과태료 처분과 별도로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코로나19 4차 유행 가능성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의견이 많다.

최근 3주 동안 수도권의 주간 하루평균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첫 번째 근거다. 수도권 주간 하루평균 확진자는 지난달 24~30일 243.9명에서 지난달 31일~이달 6일 257.6명, 이달 7~13일 281.6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비율이 24.7%에 달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지난달 19일부터 31일까지 이 비율은 22.1%였다. 나흘간의 설 연휴도 변수다.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인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코로나19는 감염 이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14일이 걸린다. 향후 2주간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이에 따라 이번 거리두기 완화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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