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20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5조960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4조7623억원)보다 25.1% 늘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가 모두 36개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증권업계 순이익 총계는 6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건 주식거래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주식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약 22조7000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인 2018년(11조5000억원)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대형 시중은행과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7조7924억원으로 증권업계보다 30.7% 많았다. 은행과 증권업계 간 순이익 격차는 2019년만 해도 65.5%에 달했으나 1년 만에 크게 좁혀졌다.
회사별로는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818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업계 연간 순이익 1등에 오른 건 2016년 옛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이후 처음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세전순이익은 1조1284억원으로 증권업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7530억원으로 2019년(3432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해외주식 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7조6000억원대에서 16조3000억원대로 증가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0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년 만에 2위로 밀려났다. 작년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추가납입 요구) 사태’로 1339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낸 여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브로커리지 수익은 2019년보다 63.7% 급증한 5913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주식거래 강자’ 키움증권은 ‘깜짝 실적’을 내며 3위로 도약했다. 키움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91.3% 급증한 6939억원에 달했다. 특히 브로커리지 순영업수익이 같은 기간 290.6% 증가한 3793억원에 달했다.
이어 NH투자증권(5769억원)과 메리츠증권(5651억원)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체투자 비중이 높았던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증가율이 1.9%에 그쳤다.
순이익 증가율로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 144.6%로 가장 높았고 한양증권(107.3%), 키움증권(91.3%), DB금융투자(83.1%), KTB투자증권(78.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29.9%), 한화투자증권(-31.9%), SK증권(-58.8%) 등은 2019년보다 순이익이 감소했다. 신한금투는 작년 4분기에만 라임펀드 관련 손실 1153억원을 반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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