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서울 압구정동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압구정동 6개 정비구역 중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이 처음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조합을 설립하면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등 재건축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외 압구정5구역이 조합설립을 신청했고 1, 2, 3구역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2·4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공공 주도 개발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도 강세다.
24개 단지, 1만466가구의 아파트로 구성된 압구정동의 다른 구역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압구정동은 4구역을 포함해 1구역(미성1·2차)과 2구역(신현대9·11·12차), 3구역(현대1~7차, 10·13·14차), 5구역(한양1·2차), 6구역(한양5·7·8차) 등 6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구역은 오는 25일, 3구역은 28일 조합설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조합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5구역도 이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1구역도 주민동의서를 받고 조합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압구정동 재건축사업은 대부분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이 지났지만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지역에 오래 거주한 고령층이 많은 데다 내부 수리를 마친 가구가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개정안은 조합 설립이 안 된 재건축 아파트는 2년 이상 거주한 소유주만 신축 입주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번 조합설립인가에 따라 4구역은 조합원의 2년 의무 거주 요건 등의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며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법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4 대책에서 발표한 공공 주도 정비사업이 아니라 민간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도 호재다. 현금청산을 우려하는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는 서둘러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압구정동 A공인 대표는 “압구정동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공공’이라는 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친다”며 “압구정 등 강남권 알짜 재건축단지들은 독자적인 사업 추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매매가격은 상승세다. 4구역에 속한 한양6차 전용면적 106㎡는 지난 3일 27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25억2000만원)보다 2억3000만원 뛰었다. 현재 호가는 28억원 선에 형성됐다. 조합설립신청서를 낸 5구역의 한양1차 전용 49㎡도 5일 20억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12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상징성이 큰 압구정동 재건축사업은 현금청산 우려가 작다는 장점이 부각된 데다 재건축 기대까지 커진 상황”이라며 “오는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상승 요인”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