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로 발견된 3살여아…엄마는 출산하러 아이 버리고 떠났다

입력 2021-02-15 18:16   수정 2021-02-15 18:21


세 살 딸 아이를 방치해 굶겨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친모가 재혼한 남편과의 아이 출산을 위해 이사하는 과정에서 전 남편의 아이를 빈집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세살 딸 굶어 죽는 것 알면서도…숟가락 하나 없이 챙겨가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친모 A씨는 지난해 8월 중순쯤 재혼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으며, 출산을 앞두고 전 남편의 아이를 빈 집에 버려둔 채 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인근 빌라로 이사 간 A씨는 같은 달 말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매월 전 남편 아이 관련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을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가재도구 등을 모두 챙겨서 집을 나서면서 홀로 남겨진 아이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아이가 굶어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A씨가 아이를 학대한 후 그대로 버려두고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 며 "아이가 (빌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죽었을 것이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은 아이가 살해됐는지, 방치된 채 굶어 사망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숨진 아이의 부패 상태가 심해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원인과 시점, 학대 여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라면서 "부검 결과가 나와야 과학적으로 굶어 사망한 것인지, 생전에 학대 등으로 사망했는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경북 구미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3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의 외할머니가 '빌라 만기가 됐으니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 말을 듣고 빌라를 찾았다가 숨진 외손녀를 발견했고, 외할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이 빌라에는 아이 혼자 난방도 안 된 방에서 숨져 있었다.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건이 접수된 날 A씨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이튿날인 11일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허민 판사는 12일 열린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사망 여아 정확한 사망 시기와 원인을 확인해 A씨 학대 후 유기 등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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