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은행권 판매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8조429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4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20조원 벽이 깨진 셈이다. 2019년 7월 약 30조원까지 늘었던 판매 잔액이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10조원 이상 줄었다. 업계에선 2015년 이후 급성장하던 사모펀드업계가 주가 급등이란 호재에도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헤지펀드 대표는 “사모펀드의 진입문턱을 낮춘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운용사들이 올해부터 문을 닫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로펌 등에서 이미 매물로 나올 운용사를 물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위기의 징후는 신규 설정 규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사모펀드 신규 설정 규모는 전년 대비 42.6% 급감했다. 새로 설정된 펀드도 같은 기간 60.6%나 줄었다. 신규 설정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환매 중단으로 ‘불신’의 늪에 빠진 사모펀드를 개인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도 위기의 한 요인이다. 개인들은 사모펀드에서 돈을 계속 빼내고 있다. 작년 3월 21조8684억원에 달하던 개인들의 사모펀드 가입액(투자자금)은 작년 말 17조665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환매 중단으로 묶여 있는 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들의 사모펀드 외면 현상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시 활황을 틈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사모펀드 시장에 새로운 운용사가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재원/오형주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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