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오는 2분기 재가동되면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항공, 크루즈, 호텔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미국 투자운용사인 캐피털그룹은 ‘어떻게 보복적 수요가 경기회복을 가속화할까’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분석했다. 캐피털그룹에 따르면 1918년 스페인 독감과 1차 대전 영향으로 메이저리그 야구경기 관중은 전년의 절반인 280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1919년 전염병이 가라앉고 전쟁도 끝나자 1919년 6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10년간 미국은 ‘표효하는 20년대(Roaring ’20s)’로 불리는 호황을 맞았다. 미국인들은 1920년대 2600만 대의 자동차와 300만 대의 트럭을 구입했다. 캐피털그룹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행·레저업계에서 1920년대 수준의 호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캐피털그룹은 특히 이번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른 때와 달리 일시적이란 의견이다. 게다가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 강력한 은행 시스템, 높은 개인 저축률은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지원하는 요소다.
크루즈, 항공 등 산업별로도 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크루즈는 운항이 정지된 지 약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객 충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업계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크루즈를 다시 타겠느냐’는 질문에 74%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토드 살리그만 캐피털그룹 항공크루즈 담당 애널리스트는 “크루즈 주식은 작년 3월 저점에서 상당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일부 주식은 장기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수요가 전년 대비 66% 급감한 세계 항공산업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살리그만 애널리스트는 “9·11 사태 등 과거 경험과 현재 백신 출시 상황을 보면 항공 수요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경제가 회복되자 국내 항공 여행 수요가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살아났다. 살리그만 애널리스트는 여행·레저 수요의 부활은 항공기와 제트엔진 제조업체, 호텔, 카지노, 레스토랑 등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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