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살얼음판을 걷는 방역상황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드러나는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라고 말했다.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한 것이지만, 오후 9시 영업 제한을 오후 10시로 완화하자마자 확진자가 600명대로 다시 늘어난 상황을 국민에게 돌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지 사흘째인데 확진자는 계속 늘어 지난달 10일 이후 39일 만에 다시 600명을 넘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일부 일탈 사례를 거론하며 코로나19 확산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정 총리는 "새벽 5시부터 문을 연 클럽에선 마스크 쓰기와 춤추기 금지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10시에 술집이 문을 닫으면 인근 숙박업소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낮춘 것은 방역을 느슨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라며 "방역은 보다 철저하게 하면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심 끝에 마련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3차 유행은 끝나지 않았고 일부 전문가들은 3∼4월 4차 유행의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며 "거리두기 완화로 일상이 조금은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3차 유행을 확실히 제압하고 안정된 상황에서 백신 접종과 새 학기를 시작하려면 국민들이 참여방역으로 함께해줘야 한다"며 "방역수칙의 빈틈을 찾아내 악용할 게 아니라, 틈새를 같이 메워 방역의 둑을 더 단단히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의 당부에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연된 책임이 있는 정부가 코로나 재확산의 원인을 국민에게 돌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2개국이 접종을 시작했지만, 한국을 포함 뉴질랜드, 호주, 일본, 콜롬비아 등 5개국은 백신 접종을 시작도 못 했다. 일본은 17일, 뉴질랜드와 콜롬비아는 20일, 호주는 2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으로, 4개국 모두 화이자 백신으로 첫 접종에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은 오는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첫 접종을 시작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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