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비전…최대 에너지기업 넘어 'ESG 베스트'로 빛난다

입력 2021-02-17 15:06   수정 2021-02-17 15:07


한국전력의 모태는 1898년 세워진 한성전기회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복궁에 한국 최초의 전깃불이 들어온지 11년 만에 한국 최초의 전력회사로 세워졌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성장해 지금은 국내 2300만여 가구와 각종 산업 분야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한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이었다. 한전이 공급한 전기를 바탕으로 산업이 굴러가며 일자리를 만들었고, 전기로 작동하는 전등과 가전제품은 국민 전반의 삶을 질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한전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기후변화가 가시화되면서 탄소 발생이 적은 친환경 저탄소 에너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은 기업 성장 이상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임무도 갖게 됐다. 공정하고 윤리적인 경영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ESG를 경영의 중심에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는 한전 123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회의가 열렸다. ‘제1차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가 개최된 것이다. ESG위원회는 ESG와 관련된 주요 경영 현안을 심의하고 ESG 경영전략 및 관련 사업계획 수립을 자문하는 기구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 전반의 방향성 점검과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ESG위원회를 설립한 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한전의 경영 전략이 ESG 분야로 본격 확장한 것을 의미한다. 업종과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ESG 영역에서 대한민국 최대 공기업으로서 한전이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국내 공기업 중에 가장 발빠른 변화다.

한전 ESG 전략은 이런 방향을 더 구체화한 것이다. 한전은 ‘깨끗한 에너지로 미래가치 창출을 통해 따뜻한 에너지 세상을 열어가는 기업’이라는 지향점을 정하고 분야별로 10대 추진 전략을 확립했다. 각 추진 전략은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목표’와도 연계돼 중장기적으로 성과가 관리된다.

분야별로 한전은 환경(E)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 확대 기반 마련 △기후위기에 대한 능동적 대응체계 확립 △고효율·저소비 에너지 구조로의 전환 주도 등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사회(S) 분야에서는 △지역사회 발전 기여 및 사회 현안 해결 동참 △중소기업 상생발전 및 동반성장 산업 생태계 조성 △재난·안전 관리 및 정보보안 체계 고도화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 조성 등을 추진 전략으로 선정했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ESG 책임경영 강화 △윤리준법경영 및 반부패 추진 체계 고도화 △공정거래 기반의 상생발전 생태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
한전은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이다. 그런 만큼 ESG 전략 추진도 무게 중심이 환경(E)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환경에 대한 효과는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해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한전이 석탄화력 발전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전은 2030년까지 발전 자회사와 협업을 통해 41.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이목을 모았던 전남 신안의 ‘해상풍력 단지 투자협약식’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한전은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470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노력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한전은 멕시코에서 294㎿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다. 요르단에는 89.1㎿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세웠다.

대신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화력 발전소는 꾸준히 줄여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신규 추진을 중단했다. 진행 중인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네 곳 중 두 곳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50년 이후에는 한전이 운영하는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사라질 전망이다.
사회 구석구석까지 ESG 가치 전파
한국 최대 공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도 외면할 수는 없다. 한전이 광주와 전남 일대에 조성하고 있는 에너지밸리는 지역사회와 중소기업 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 되고 있다. 2016년 200개 안팎에 불과했던 에너지밸리 기업은 지난해 500개를 넘어서며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다.

한전은 에너지밸리 입주 기업에 각종 자금을 제공하고 공동 연구개발도 시행해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하는 기업들은 지역사회에서 또다시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한전은 나주혁신도시에서 내년 개교하는 한국에너지공대를 통해 에너지 산업 혁신을 주도할 전문 인력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책임경영과 윤리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윤리준법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입찰담합 포착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같은 노력은 2019년 감사원이 선정한 ‘자체감사활동 최수우기관’ 선정 등으로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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