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한국 연기금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교외지역 물류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간 외국인 투자가 주요 도시의 오피스 건물이나 쇼핑몰, 휴양지 상업시설에 몰렸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 곳곳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물류시설 관련 투자를 벌인 대형 딜이 세 건 나왔다. 프랑스 보험기업 악사의 자산운용부문 계열사인 악사 인베스트먼트매니저는 자회사를 통해 미국 부동산기업 카봇의 물류시설 펀드 지분 대부분을 8억7500만달러(약 968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중소형 물류시설 27곳을 소유한 펀드다. 각 물류시설 연면적을 합하면 74만3200㎡로 여의도공원(약 22만9500㎡)의 3.2배 규모다.
같은달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부동산부문은 미국 크로우홀딩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크로우홀딩스의 미국 내 물류시설 포트폴리오 지분 49%를 인수했다. 양사는 최근 세워졌거나 아직 건설 중인 물류시설 19곳을 공동 운영·개발하게 된다. 이들 물류시설 연면적을 합한 규모는 약 56만6700㎡다.
한국 국민연금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스톡브리지 캐피털과 함께 창고형 물류시설 23곳 포트폴리오를 약 20억달러(약 2조 2120억원)에 매입했다. WSJ에 따르면 물류시설 총 연면적이 약 132만8500㎡에 달해 작년 한해 미국 상업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 거래 중 하나였다.
WSJ는 “외국인 투자자 중 한국 연기금과 기업 등이 특히 적극적으로 미국 내 물류시설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원화 강세로 환차손 위험비용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작년 한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총 52억달러(약 5조7580억원)로 전년대비 88% 급증했다.
반면 중국 큰손들의 부동산 투자는 많지 않았다. WSJ는 “지난 수년간 미국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던 중국 대형 투자자들이 돈을 국내로 돌려오라는 압력을 (중국으로부터) 받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간 정치적 긴장이 이어진 것도 중국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꺼뜨렸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내 물류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재택근무제가 퍼지면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오피스빌딩에선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전자상거래 규모는 급증해서다.
대부분 물류시설 임차수요가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기업에 몰렸다는 점도 이유다. 임대료나 유지 비용 등을 놓고 골치아픈 일이 생길 위험이 낮다는 설명이다.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은 미국에서 임대 물류시설을 하루에 하나 꼴로 더하고 있다. 법무법인 DLA파이퍼의 매튜 알스하우스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아마존이 장기간 물류시설 임대 계약을 늘리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내 물류시설 투자를 아마존 회사채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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