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회사에 재직 중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장남이 총무성 간부를 불법 접대한 의혹과 관련, 접대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당국은 접대가 업무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스가 총리의 장남이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파문이 확산 중이다.
1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위성방송 회사 '도호쿠신샤'에 재직 중인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씨가 총무성 고관을 반복해 접대한 것에 관해 다케다 료타 총무상은 "방송 행정이 뒤틀린 일은 전혀 없다"고 지난 16일 중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말했다.
세이고씨가 업무에 영향을 미치려고 총무성 고위 관료를 접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같이 밥을 먹었더라도 업무는 공정하게 처리했다'는 취지로 부인한 셈이다. 총무성은 방송 인허가 관련 권한을 지닌 중앙 행정기관이다.
대접받은 당사자 중 한 명인 아키모토 요시노리 총무성 정보유통행정국장은 지난해 12월 세이고씨와의 식사 당시 방송업계에 관한 대화를 나눴느냐는 물음에 "기억이 없다"고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말했다.
그는 도호쿠신샤의 사업이나 'BS'(Broadcasting Satellites, 방송위성), 'CS'(communications satellite, 통신위성)와 같은 단어를 사용한 대화를 한 기억도 없다고 답했다. BS와 CS는 위성방송에 사용되는 장비다.
그러나 슈칸분슌이 전날 해당 접대 장소에서 세이고씨와 총무성 간부 등이 나눈 대화를 녹음한 음성 파일을 전격 공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 음성 파일에는 작년 12월10일 세이고씨 및 도호쿠신샤 관계자 1명이 한 식당에서 위성방송 인허가를 담당하는 총무성 정보유통행정국의 아키모토 요시노리 국장을 접대했을 때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파일은 슈칸분슌 기자들이 접대 현장 인근 좌석에서 녹음한 것으로, 분석 결과 이들은 당시 접대 자리에서 도호큐신샤의 사업과 위성방송 등에 관련된 구체적 대화를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음성 파일이 나오자 총무성은 이날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해당 음성이 아키모토 국장의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접대 자리에서 위성방송 사업에 관한 대화 내용에 대해 아키모토 국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입헌민주당 등 야당 측은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대화 내용은 부정하는 것"이나며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총무성 간부가 세이고씨 등 도호쿠신샤 간부와 회식한 것이 작년 12월 3차례를 포함해 과거 5년간 12번이나 된다며 "(총무성) 간부들이 (스가 총리의) 장남을 특별 취급한 구도가 드러났다"고 사설에서 지적했다.
신문은 "장남이 (스가) 총리가 총무상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고 총리는 지금도 총무성의 인사를 장악하고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며 "총무성 간부들이 총리의 그림자를 느끼면서 그 장남의 권유에 응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또 "최근 접대가 이뤄진 작년 12월이 도호쿠신샤 자회사의 위성방송 인가를 총무성이 갱신하기 직전"이었다며 "세이고씨 등을 국회에 소환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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