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텍사스주에선 발전용량의 40%가 중단됐다. 극심한 한파로 발전원 여럿이 멈춰선 와중에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송전망 과부하를 우려한 당국이 발전소 185곳의 전력 공급 중단을 결정해서다. 텍사스는 주민의 60%가 전기난방을 쓴다. 전력 복구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텍사스는 한파가 본격화된 지난 15일부터 전력 도매가격이 ㎿h당 9000달러를 웃돌았다. 12일 대비 약 3500% 폭등한 가격이다. 천연가스 스폿(현물) 가격은 1주일 전 대비 약 100배 뛴 1000달러 선을 넘겼다.
이를 두고 텍사스 안팎에선 책임 공방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근본 원인은 기후 변화에 따른 이례적 한파지만, 텍사스만 다른 주에 비해 심각한 재난 사태를 겪고 있어서다. 먼저 도마에 오른 건 텍사스 송전망을 운영하는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17일 ERCOT에 정전 사태의 책임이 있다며 조사를 명령했다. 텍사스주 의원들도 청문회 소집을 요구했다.
텍사스는 다른 주와 달리 독립적인 전력공급망 체계를 갖췄다. 미국 본토에선 세 곳뿐이다. 이 중 텍사스만 유일하게 다른 주와 송전망을 연계하지 않아 인근 주에서 전력을 들여올 수 없다. 미국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여서 연방 에너지 규칙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체계를 고집했다.
무작정 친환경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텍사스의 평년 2월 최저 기온은 영상 5도지만 이번엔 일부 지역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풍력발전기 터빈의 절반가량이 얼어붙어 가동이 중단됐다.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64.34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61.14달러로 모두 작년 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약 1% 올랐다. 원유시장 주력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창립자는 “원유 공급이 끊겼지만 정제시설도 멈춰선 상태라 당장은 타격이 표면화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영향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량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번 얼어버린 유정을 다시 가동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며 “자연 해빙을 기다렸다가 각종 설비를 점검해야 해 복구에 최소 몇 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석유제품 생산이 늦어지면 제조기업 생산과 농산물 유통 등에도 연쇄 타격이 갈 수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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