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1월 18일~2월 17일) 국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돈은 1조2178억원에 달했다. 직전 1개월 동안에는 8984억원 유출됐다.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로도 지난 한 달간 1조216억원이 유입됐다. 앞서 1개월간 유입액(5823억원)의 두 배 정도다.
주로 ‘테마 펀드’에 돈이 많이 들어왔다. 최근 1개월간 유입액이 많은 펀드 1~3위(상장지수펀드 제외)는 공모주펀드(7508억원), 녹색성장펀드(5543억원), IT펀드(4770억원)였다. 문정권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는 “간접투자를 하면서도 그동안의 투자 경험을 살려 테마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흐름에 맞춰 전기차 등 새로운 섹터 펀드를 출시하는 경향도 생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증권가에는 펀드 위기론이 파다했다. 주식 투자 붐이 일었지만 대부분 직접투자였고, 간접투자는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직전 1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8조5911억원이 빠져나갔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공모펀드로 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건 코스피지수가 최근 횡보하는 것과 관련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발생 후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지난달 15일 3148.45를 찍은 뒤엔 3100 근처를 맴돌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높아졌고, 물가와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지난달까지는 시장 상황이 워낙 좋아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직접투자를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인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수익률 기대치도 낮아져 시장 평균만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게 공모펀드로 돈이 유입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로 눈을 돌린 것일 뿐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1개월간 국내 채권형 펀드 유입액(9911억원)과 해외 채권형 펀드 유입액(-256억원)은 주식형 펀드에 못 미친다. 경기 부양책에 따른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고 있고,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도 개선되고 있는 게 배경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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