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EV(전기차) 기본 모델 가격은 약 4700만원이다.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최고 등급 가격(약 4400만원)보다 300만원 정도 비싸다. 정부(800만원)와 지방자치단체(서울 400만원)의 보조금 1200만원을 받아도 3500만원 수준이다.
앞으로 이 차량을 2000만원 안팎에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 가격의 30~40%에 달하는 배터리를 빌려 쓰고, 반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보조금까지 더하면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에 전기차를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전기차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업무협약(MOU)식엔 정세균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정 총리는 “배터리 대여 사업은 전기차 보급 확대, 신사업 창출, 환경오염 저감이라는 1석3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대여 사업은 다음달 코나 전기택시 20대를 대상으로 시작된다. KST모빌리티가 현대차에서 전기택시를 구매한 뒤 배터리 소유권을 현대글로비스에 매각하고 다시 빌려 쓰는 방식이다. 사실상 배터리값이 빠진 가격에 전기차를 사고, 매월 리스비만 내다가 대여 기간이 끝난 뒤 배터리를 반납하면 된다.
사용 후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매입해 ESS 충전기로 개발한다. 이걸 다시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KST모빌리티는 전기료가 싼 밤엔 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엔 ESS로 전기차를 충전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 총리는 MOU 체결식 이후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등을 관람했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E-GMP가 처음으로 적용된 아이오닉 5를 시승했다. 두 사람은 뒷좌석에 나란히 탑승해 주행장을 돌았다. 현대차는 오는 23일 아이오닉 5를 정식 공개하고 4월께 출시할 계획이다.
정 총리는 아이오닉 5에 대해 “기존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신차”라며 “20세기 자동차 대량생산과 소비 시대를 이끈 포드자동차의 ‘모델 T’처럼 친환경차 세계 시장에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조수석에 정 총리를 태우고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시승이 끝난 뒤 “전기차를 탄 것이 (승차감이) 훨씬 좋았다”며 “전기차 시대가 빨리 올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정 총리에게 “현대차그룹이 전기·수소차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승에 앞서 정 총리는 정 회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등과 오찬을 하며 업계 현안도 논의했다. 정 협회장은 쌍용차의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정부 지원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