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세를 보였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설 연휴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 신규 확진자 수가 곧장 600명대로 크게 늘면서다.
특히 설 연휴 가족·친척간 모임 등에 따른 감염 여파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4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최근 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루 확진자 수가 600명대를 나타낸 것은 지난 1월 10일(657명) 이후 38일 만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 역시 600명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564명으로, 전일 동시간 대비 33명 많았다. 돌발적 집단발병 사례가 나온다면 600명대 중반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방역 지표 곳곳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1주일(2.11∼17)간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504명→403명→362명→326명→343명→457명→621명을 기록하며 하루 평균 431명꼴로 나왔다. 이는 거리두기 2.5단계 범위(전국 400명∼5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에 해당한다.
중규모 이상의 집단감염이 늘어나는 것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주요 사례를 보면 충남 아산 귀뚜라미보일러 제조공장과 관련해 지난 13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불과 나흘 만에 누적 확진자가 129명까지 늘어났고, 경기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내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도 전날 115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교적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누적 140명), 성동구 한양대병원(109명) 관련 확진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만약 설 연휴 가족·친척모임에서 감염 전파가 일어났다면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에 그 여파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휴 가족모임 집단감염 사례는 이미 전국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11∼12일 남구에서 일가족 6명이 확진된 데 이어 설 당일인 12일 영도구의 부모님 댁을 찾았던 가족 등 6명이 확진됐다. 울산에서는 명절을 맞아 경북에 있는 다른 가족의 집을 방문했던 6명이 확진됐는데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경북지역 가족 2명도 양성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다.
이 밖에 광주, 세종, 경남, 경북 봉화 등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가 한 단계씩 완화되고 식당·카페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늘어난 것의 영향도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증가 추이가 꺾이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경우 방역 조처를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계속 유행이 확산한다면 현재 취하고 있는 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완화했던 부분이라든지, 또 거리두기 단계 조정 같은 부분도 환자 추이에 따라서는 (다시) 검토 가능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3월 시행을 목표로 했던 새 거리두기 체계 적용 시점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손 반장은 "현재의 유행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면서 거리두기 체계 개편은 일정대로 준비하되 이행시기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면서 "시기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고민스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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