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7년여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규제를 없애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없애지 말아야 한다면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규제 정책의 물꼬를 바꾸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성과로는 일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대한상의는 세계 최초의 민간 샌드박스 지원기구다. 90여 개 기업이 대한상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애쓰다가 도저히 안 되니 규제개혁을 우회해서 실증할 수 있는 제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샌드박스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온 덕에 규제를 풀어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차기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힘을 싣는 발언도 내놨다. 박 회장은 “나도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최 회장을 추천했다”며 “나보다 상의를 잘 이끌 분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떠난다”고 했다. 최 회장의 강점을 묻는 질문엔 “사회적 영향력이 큰 4대그룹 총수인 데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업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답했다. 이어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인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가 대기업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게 아니냐는 질문엔 “최 회장도 상생과 동반을 강조하는 분이고 이번에 서울상의 회장단에 새로 합류한 분 중에도 자수성가한 젊은 창업가들이 많다”며 “목소리가 커진다고 해도 과거 방식으로 대기업의 이해만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배 기업인들에겐 “제2의 이병철 회장, 제2의 정주영 회장으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당대에 자수성가로 10대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기업인이 6명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상의가 돕는 젊은 창업가들에게도 입버릇처럼 ‘자네들 중에 10대그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정치에 뛰어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손사래를 쳤다. 그는 “나 같은 기업인은 머리 속에 효율과 생산성, 수익성을 제일 먼저 따지는 기계처럼 굳어진 사고가 있다”며 “생산과 수익성으로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인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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