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에 따르면 보통주와 우선주 간 차등 가능한 현금 배당액은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이다. 박 상무가 보통주 현금 배당액으로 제시한 것은 주당 1만1000원이다. 작년 배당액(1500원)의 7배 수준이다. 이 기준으로 우선주는 주당 1만1050원을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박 상무가 제안한 것은 1만1100원으로 액면가의 2%인 100원을 차등했다. 금호석화 측은 “배당률 산정에 명백한 오류가 있어 주주제안 안건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오류는 지난 19일 박 상무 측이 회사를 상대로 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회사 측이 “박 상무의 배당안에 착오가 있다”고 하자, 박 상무 측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내용증명 확인 후 주주명부 제공을 협의하라”며 심문을 마감했다.
업계에선 박 상무 측이 뒤늦게 제안 내용을 바꾼다 해도 주총 안건 상정은 어렵다고 본다. 주총 개최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해야 하는데, 이미 기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주총은 다음달 26일 열릴 예정이다. 배당안은 한 개 안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우선주 배당안이 성립되지 않으면 보통주 배당안도 자동 폐기되는지 회사 측은 들여다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74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영업이익(3653억원)의 두 배를 넘겼다. 작년에 번 돈과 그동안 쌓인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달라는 주장은 기존 주주들에게 매력적이다. 국민연금이 특히 그렇다. 지분이 8.16%에 달해 대주주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박 상무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배당으로 약 273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지분 10%를 보유한 박 상무가 국민연금 표를 받으면 18.16%로 박 회장 측(14.86%)을 넘어선다.
하지만 박 상무의 파격 배당안이 주총에서 상정조차 안 된다면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박 상무를 지지할 명분이 사라진다. 박 상무로선 배당안을 반드시 안건에 올려야 하고, 박 회장은 무산시켜야 한다. 박 상무 측 입장을 대변하는 KL파트너스는 “주총 소집 공고 후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했다.
박 상무는 2002년 타계한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09년 숙부인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 당시 박삼구 회장 편에 섰다가 이후 관계가 내내 좋지 않았다. 2010년 “박 회장이 독단적으로 경영한다”며 채권단에 서한을 보냈을 정도다. 2019년 주총에선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 안에 ‘기권’ 표를 던지기도 했다.
작년 임원인사에서 박 회장의 아들 준경씨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자 불만이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촌 사이인 박 상무와 박 전무는 1978년생으로 동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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