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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은 ‘정밀 제조의 꽃’으로 불린다. 웨이퍼에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도 되지 않는 초미세회로를 새겨넣는 미세 공정을 거쳐야 한다. 생산 절차도 복잡하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를 만들기 위해선 90일 넘는 기간 동안 600~700개의 공정이 필요하다.
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는 22일 “인공지능(AI)을 반도체 제조 현장에 적용해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면 다른 어떤 제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AI 분야에서 반도체가 매력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2019년 SK하이닉스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업무를 시작했고 이듬해 AI 전문 기업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다.
김 대표는 “AI 전문 기업을 처음 세우자고 할 때 지금 우리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SK그룹 차원에서도, 한국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대형 정밀 제조산업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역시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원재료를 투입해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600~700개 공정을 거쳐야 하고 중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김 대표는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정 단계마다 모두 같은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며 “미세 공정이 늘어나면서 컨트롤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공정이 늘어나면 개별 공정뿐만 아니라 전후 공정을 연계한 분석도 필요하다. 중간 과정을 모니터링하려면 생산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도 증가한다.
김 대표는 “반도체 공정의 과제는 프로세스의 변형을 줄여 수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프로세스 제어, 장비 유지·보수, 수율 관리, 공정 스케줄링 최적화, 결과 계측과 결함 검사 등을 핵심 테마로 설정하고 AI를 활용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2~3개 솔루션을 내놓고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엔지니어가 빠르고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 같은 도구를 개발하는 게 우리가 하려는 일”이라며 “연간 수천억원의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가우스랩스는 박사급 AI 전문 인력 20여 명을 확보했다. 올해 미국까지 합쳐 40~50명 정도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25년까지 200~3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서만 사람을 뽑으려고 하면 인력풀이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려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제대로 출발하는 게 필요해 처음부터 회사 구조를 이렇게 짰다”고 말했다.
■ 김영한 대표는…
△1974년생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석·박사
△UC샌디에이고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IEEE 석학회원
△가우스랩스 CEO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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