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서 완전히 물러나는 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호 본격화

입력 2021-02-22 10:55   수정 2021-02-22 10:57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다음달 24일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는 정의선 회장 체제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다음달 24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정 명예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지만, 일찌감치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앞서 현대차·현대제철·현대건설 등 그룹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난 만큼 현대모비스에서도 물러나면 공식 직함을 모두 내려놓게 된다.

정 명예회장의 퇴진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정의선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2014년 현대제철, 2018년 현대건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며 퇴진을 준비해왔다. 현대차 등기이사직에서도 지난해 3월 물러났다. 이후 이사회에서 의장직을 21년 만에 정의선 회장에게 넘겨줬다.

재계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미등기임원직은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반의 고문 역할은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1938년생인 정 명예회장은 1998년과 1999년 현대차 회장 및 이사회 의장에 오르면서 그룹 경영을 주도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로 부도를 낸 기아, 현대건설 등을 인수하는 등 그룹 외형을 확장했다. 당시 10개에 불과하던 계열사는 2019년 말 54개로 늘었고 자산 규모도 34조4000억원에서 234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현대차그룹을 2000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켰고, 2010년에는 포드를 제치고 현대차그룹을 세계 판매량 5위 자동차 기업으로 올려놨다.

정 명예회장은 20여년간 회사를 이끌며 '품질 경영'과 '현장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그룹 연구·개발(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헌액되기도 했다. 아들인 정의선 회장 역시 취임 후 명예회장의 당부를 묻는 질문에 "항상 품질에 대해 강조하셨다"고 답한 바 있다.

고령인 정 명예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중순에는 대장 게실염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하면서 건강이상설도 돌았다. 정 명예회장은 염증치료를 받고 지난해 11월 퇴원해 자택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를 갖춰 해외 수출을 시작했고 전기차 시장에서 7.2%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테슬라,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이은 4위를 차지했다.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5년까지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고 10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은 한국 자동차 회사에 그쳤던 현대차그룹을 세계 무대에 올려놨다"며 "그러한 기반 위에서 아들인 정의선 회장이 앞으로 벌어질 친환경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경쟁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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