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대표 방시혁·사진)가 유니버설뮤직그룹과 함께 미국에서 K팝 보이그룹을 데뷔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엔터테인먼트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기획사와 세계 최대 음반사의 협업이란 점에서다. 빅히트는 노래와 춤 등 트레이닝과 퍼포먼스를, 유니버설은 음악 제작과 유통을 책임지기로 했다. 오디션은 내년 전 세계에 방송 중계될 예정이다. 선발 과정을 미국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최종 멤버에 한국인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엔터사가 해외에서 ‘한국인 없는 K팝 그룹’을 내놓는 게 처음은 아니다. JYP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걸그룹 ‘니쥬’를 데뷔시켰다. 니쥬는 데뷔하기도 전에 일본 최고 권위의 가요축제 홍백가합전 출연이 확정됐고, 데뷔 앨범은 현지 음원차트를 싹쓸이하는 등 막강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SM과 JYP는 2019년 각각 중화권 멤버로 구성된 ‘웨이션브이’와 ‘보이스토리’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한류를 단계별로 보면 장나라 등 스타들이 외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던 2000년대 1차 한류, 엑소(EXO)와 블랙핑크 등 외국인 영입을 통해 외연을 넓힌 2차 한류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제는 기획사들이 현지에 직접 진출하는 3차 한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빅히트와 유니버설이 만들어낼 K팝 그룹은 ‘제2의 BTS’가 될 수 있을까. BTS를 통해 검증된 빅히트의 프로듀싱 능력과 유니버설의 제작 및 유통 능력이 결합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찮다. 아시아권과 달리 미국 음악시장에서는 아직도 K팝을 ‘공장에서 찍어낸 음악’ 등으로 깎아내리며 비주류 취급하는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빅히트 주가는 발표 이후 종가 기준으로 3거래일 연속 3% 안팎 하락했다.
한국 엔터사들의 ‘원천기술’ 유출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글로벌 엔터사들이 한국 기획사들의 노하우를 습득해 한국인 없는 K팝 그룹을 양산하게 되면 K팝 열풍에서 정작 한국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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