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정보 건드리지 않고 데이터 분석하는게 기술이죠"

입력 2021-02-23 17:51   수정 2021-02-24 01:07


“동형암호 기술은 민감한 정보 노출 없이 데이터 활용을 돕습니다. 데이터 거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승명 디사일로 대표는 23일 기자와 만나 “최근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지지부진한 데이터 활용 산업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 동형암호”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지 않고도 해당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개인정보 노출 없이 데이터 분석 가능
보통 디지털 기반의 데이터 분석은 대부분 암호화된 데이터의 암호를 풀고 연산한 뒤 다시 암호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암호가 풀리는 과정에서 데이터 유출이 발생하고, 데이터 정보도 공개될 수 있다. 반면 동형암호는 데이터 보관·통신·처리 과정에서 데이터가 전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이 원천 차단된다.

디사일로는 국내 동형암호 전문 스타트업이다. 디사일로를 공동 창업한 이 대표는 연쇄 창업가다. 2015년 블록체인 스타트업 스트리미를 공동 창업했다. 이 대표는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출신 인공지능(AI) 개발자다. 개발 경험이 풍부한 덕에 설립 3개월 만인 지난해 5월 네이버와 본엔젤스에서 투자받았다.

창업 첫해부터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제 유전체(게놈) 정보분석 보안 경진대회 ‘iDASH 2020’에서 서울대 등과 함께 ‘동형암호 기반 암종(癌種) 분석’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900여 명의 암호화된 유전체 변이 데이터를 동형암호 기술로 분석하고 암 종류를 알아맞히는 것이 과제였다. 디사일로는 미국 예일대, 중국 알리바바 등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온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세계 동형암호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데이터 거래 활성화 지원”
디사일로는 지난해 가톨릭대 의대와 개인정보 노출 걱정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자신의 동선이 겹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동형암호 기술을 적용해 암호화된 개인의 위치 정보와 확진자 동선을 비교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 걱정이 없다. 이 대표는 “영업상 비밀 등 외부와 공유하기 어려운 민감한 기업 정보도 노출 없이 관련 데이터를 모아 여러 기업이 협업할 수 있다”고 했다.

동형암호는 최근 국내외에서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국내의 일명 ‘데이터 3법’,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 미국의 캘리포니아 소비자정보보호법(CCPA) 등은 데이터 활용에서 개인정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동형암호에서는 개인정보 자체를 직접 다루지 않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따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디사일로는 올해 동형암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대표는 “데이터가 미래의 ‘원유’로 불리지만 지금은 데이터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동형암호 기술은 필요한 데이터만 엄선해 매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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