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자금 '무제한' 이전?…원론적 합의 내용 부풀려 공개한 이란

입력 2021-02-23 16:29   수정 2021-02-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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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이 동결 자금을 제한없이 반환하는데 동의했다”는 이란 현지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원론적인 합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양국은 스위스 계좌를 통한 자금 이전 방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이 이른 시일내에 대(對)이란 제재 예외를 승인하거나 이란핵합의(JCPOA)에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 총재 간의 면담시에 이란 측이 우리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면서도 “실제 동결자금 해제를 위해서는 유관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관영언론들은 22일(현지시간)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유 대사와 만나 동결자금 해제에 합의했다”며 “유 대사가 이란 동결 자금을 이전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고 (동결 해제의) 상한선이나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동결자금 이전과 관련해 스위스 계좌를 활용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양국이 합의한 절차에는 스위스 계좌를 통하는 방법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내에 동결된 약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의 이란 자금은 원화계좌에 예치돼있어 송금하기 위해서는 환전해야 한다. 이란은 이 자금이 미국 은행을 거칠 경우 미국이 동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국이 자금 일부를 이란이 미납한 유엔 분담금을 대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미국과 유엔의 승인까지 받은 상황이었지만 이란이 막판에 “미국 은행을 거쳐가서는 안 된다”며 거부해 무산된 바 있다.

동결자금 이전은 미국의 결단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수단으로 한국을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탈퇴한 JCPOA 복귀를 공언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이란은 미국이 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에서 “동맹국과 협력해 핵합의를 연장·강화할 것”이라면서도 “이란의 탄도 미사일 개발 등을 포함한 다른 관심 분야의 해결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동결자금을 스위스 계좌를 통해 이전하는 방안도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발표문에는 이 문제 실현을 위해 필요한 국제사회와의 소통 부분이 빠졌다”며 “양국 간 의견 접근 외에 국제사회와의 소통이 먼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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