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TF엔 삼성전자가 없다"…'간판' 보다 편입한 종목을 보라

입력 2021-02-24 17:07   수정 2021-03-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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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글로벌 ETF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개별 종목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직관적인 투자가 가능해 투자자들이 ETF를 많이 찾고 있다. 글로벌 테마 ETF는 전기차, 우주산업, 로봇공학 등 미래산업에 베팅해 지수를 따르는 일반 ETF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운용자산(AUM)도 2019년 말 대비 다섯 배 급증했다.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4위에 오른 아크자산운용의 ‘ARK Innovation ETF(ARKK)’도 테마형 ETF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ETF에 투자할 때는 구성 종목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름만 보고 매수했다가는 생각한 종목이 포함돼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ETF=삼성전자’ 아니다
반도체 ETF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1위 반도체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도체 ETF에 포함돼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작년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 구성을 보면 삼성전자는 가전(CE 부문·17%), 모바일(IM 부문·38%)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냈다. 한국거래소가 삼성전자를 KRX 반도체지수가 아니라 KRX 정보기술지수에 편입한 이유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반도체 ETF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 ETF 모두 KRX 반도체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빼고 SK하이닉스를 20% 이상 포함하고 DB하이텍, 리노공업, 원익IPS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로 나머지를 채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고루 투자하고 싶다면 KODEX IT ETF나 TIGER 200 IT ETF가 낫다. 두 ETF 모두 전체 자산의 약 4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한다. KODEX 코스피, TIGER 코스피는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종목을 편입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두 ETF에서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비중이 5% 미만이다.
운용사마다 다른 ‘관련주’ 선정
이 같은 현상은 테마형 ETF에서 더 두드러진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작년 10월 말 동시에 출시한 5세대(5G) 테마 ETF는 구성 종목이 확연히 다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5G산업 ETF는 통신 3사 비중이 약 20%고 삼성전자를 포함하지 않는 반면 KB자산운용의 KBSTAR Fn5G테크 ETF는 삼성전자에 20%를, 나머지는 케이엠더블유, 리노공업, 에이스테크, RFHIC 등 장비주에 투자한다. 출시 직후에는 KB자산운용 ETF의 상승률이 더 높았지만 5G 장비 주가가 1월부터 조정받으면서 23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은 HANARO Fn5G산업 ETF가 22.5%, KBSTAR Fn5G테크 ETF가 11.5%로 차이가 벌어졌다.

2차전지 테마도 마찬가지다. TIGER 2차전지 테마 ETF는 포스코케미칼(12.4%), SKC(11.0%), SK이노베이션(9.4%) 등 상위 5개 종목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 KODEX 2차전지산업 ETF는 상위 5개 종목 비중이 78%에 달한다. 포스코케미칼(17.4%), LG화학(16.5%), SK이노베이션(16.4%)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TIGER 49.84%, KODEX 55.65%다.

미디어를 정의하는 기준도 다르다. TIGER 미디어콘텐츠 ETF는 빅히트, 에스엠, JYP엔터, 스튜디오드래곤 등 연예기획사와 영화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하지만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ETF는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등 게임주 중심으로 구성됐다. KODEX 상품 중 게임산업에 중점 투자하는 ETF는 따로 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는 “테마형 ETF는 자산운용사별로 해당 테마의 관련주를 선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테마라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며 “공모펀드와 달리 ETF는 구성 종목과 비중, 수익률 등을 매일 공지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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