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교사는 다음달 1일부로 재직 중인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의 ‘교감 선생님’이 된다. 1급 시각장애인 교사가 맹학교와 같은 특수학교가 아닌 공립 고등학교의 교감에 임용된 것은 구 교사가 처음이다. 직업교육 교사로서 주로 건축 과목을 가르쳐온 구 교사는 지난 3년간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의 교무부장을 거쳐 이달 5일 이 학교의 교감 임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 교사가 의사로부터 시각장애 진단을 처음 받은 것은 1998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학교와 교육청에 시각장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교육청에서 잘릴까봐 두려웠어요. 당시만 해도 종이에 쓰인 글씨 정도는 읽을 수 있어서 최대한 숨기려고 했죠.”
구 교사가 서울교육청에 시각장애 사실을 처음 알린 것은 2007년. 구 교사는 시각장애를 숨기고 지낸 당시 10년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했다.
“남들은 저를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저는 제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지속되면 문제가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교육청에 시각장애 사실을 알린 이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한라산 등반이었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너 장애 있다고! 숨기는 게 쉽지 않을 걸?’이라는 질문을 던진 도전이었죠. 평평하지 않은 땅을 밟으면서 그때 절실히 느꼈어요. 받아들여야겠구나.”
장애 사실을 인정한 구 교사는 최고의 성과를 내는 교사였다. 2009년 제자와 함께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벽돌쌓기(조적)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벽돌쌓기 종목은 최대 1㎜까지만 오차가 허용되기에 정교함이 필수적인 작업이다. “전 학생들에게 항상 말해요. ‘눈 안 보이는 선생님도 하는데 너희들이 왜 못하겠니? 하면 된다! 안 되면 다시 해보자’라고 말이죠.”
강의와 달리 구 교사가 맡아온 교무부장은 행정 업무가 많은 자리다. 앞으로 맡게 될 교감도 마찬가지다. 글자를 확대해 한 글자씩 화면에 띄우는 기계의 도움이 없으면 문자를 읽을 수 없는 구 교사에게 행정 업무는 남들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는 남보다 1시간 정도 이른 오전 7시에 출근해요. 그날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거죠.”
교감으로서 구 교감의 목표는 뭘까. 그는 “학교 구성원의 행복”이라고 했다. “다른 선생님들의 배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교감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저를 동료로 받아준 동료 선생님과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