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협"…LNG발전소, 오염방지 대책 실종

입력 2021-02-24 17:00   수정 2021-03-04 18:31

‘친환경’으로 알려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가동 초기에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물질을 다량 배출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가 나온 지 6개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정부와 발전회사들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발전소는 아파트, 공원 등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주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산화탄소 허용치 40배 배출

감사원은 작년 9월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 보고서’를 내고 “수도권에 집중된 노후 LNG발전소에서 가동 초기에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UHC) 등 대기오염 물질이 다량으로 배출돼 인근 지역주민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LNG발전소 대기오염 물질 저감 대책을 수립하라는 의견을 냈다. 당시 정부는 “조속히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가 운영 중인 LNG발전소는 여전히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관계자는 24일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탈질설비 기술도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마저 없어 발전 자회사들이 설비를 보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런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NG발전소는 정상 가동할 때는 분명히 오염물질이 석탄발전소에 비해 적게 배출된다. 하지만 LNG발전소는 발전 단가가 높아 수시로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는 게 문제다. LNG발전소의 가스터빈을 껐다가 다시 켜는 가동 초기에는 불완전 연소로 다량의 오염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인천복합발전소는 2018년 기준으로 연간 150회, 서인천복합은 연간 123회 재가동했다. 재가동할 때마다 가동 초기에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신인천복합발전의 가동 초기 오염물질 배출농도 최대치를 보면 질소산화물이 132.6ppm 검출됐다. 이는 질소산화물 허용 기준치(20~80ppm)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서울복합발전소의 일산화탄소 배출 최대 농도는 2412ppm에 달했다. 이는 환경부가 정한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 기준인 50ppm의 약 48배에 달하는 양이다.
“미세먼지 악화 요인”
LNG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점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는 오염물질 배출 기준치를 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발전소들이 일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소각시설은 일산화탄소나 총탄화수소(THC) 배출 허용치를 설정하고 있는데, LNG발전소만 기준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발전업계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늘어난 원인도 도심 LNG발전소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LNG발전소가 도심 주변에 늘어난 숫자와 미세먼지 증가량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연탄화수소는 2차 초미세먼지 생성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오염물질이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서 탈질설비 기술을 진행중”이라며 “조만간 후속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아직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는 사이 민간기업인 포스코에너지가 발 빠르게 오염물질 저감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인천복합발전소에서 ‘기동정지 시 오염물질 저감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험을 진행한 결과다. 플라즈마 기화기를 통해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면 적용했을 때 성과가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이번 오염물질 저감 결과를 토대로 기술 상용화 및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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