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백신 접종에 재뿌리는 정치권

입력 2021-02-24 17:37   수정 2021-02-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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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65세 미만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1차 대상이다. 하루 뒤인 27일에는 의료진 백신 접종도 시작된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꼭 1년 만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대반격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필 이런 시점에 정치권이 시끄럽다. ‘백신 1호 접종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이 나온 뒤 여야 간 논쟁이 이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했다. 이에 김근식 국민의힘 전략실장은 “그럼 국민이 실험 대상이란 말인가”라며 받아쳤다.
美·유럽과 너무 다른 韓지도층
급기야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팔_걷겠습니다’ 챌린지에 나섰다. 자발적 백신 접종 의사를 밝히는 이벤트다. 야권의 ‘대통령 아스트라제네카 1호 접종’ 공세를 막기 위한 호위무사를 자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야당은 정부가 화이자 모더나 등 안전성 높은 백신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정치 공세를 이어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65세 이상 고령층에 화이자 백신 접종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자 대통령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려는 계산에서라는 억측까지 낳았다.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지난해 말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에선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접종에 나섰고 이 장면이 생중계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앞장서서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을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요즘 정치권에서 ‘안전한 백신’이라고 부르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안전성 논란을 빚었다. 인류에게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기술이어서다. 지금까지 접종 직후 부작용은 대체로 경미한 것으로 보고되지만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이렇다 보니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나선 배경이다.
정치 지도자 솔선수범할 때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 면에선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효능이 떨어진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예방률은 90%를 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60%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어느 백신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질병관리청이 65세 이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보류한 것도 안전성 문제라기보다는 임상에서 효능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65세 이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이용 제한을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마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국민이 오해하게 만들었다. 백신 접종 거부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실제 백신 접종 거부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주변에 접종 의사가 아예 없다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최근 만 18세 이상 10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순서가 오면 바로 접종하겠다’는 응답은 45.8%였다. 국민 절반이 접종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정치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 아쉽다. 현재로선 백신 접종이 일상 회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런 만큼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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