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우드 매도(Cathie Wood sell-off)’라는 말까지 나왔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에서는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종목들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팔란티어, 테슬라, 로쿠, 스퀘어, 페이팔, 텔라닥, 바이두, 질로우, 쇼피파이, 스포티파이 등이 모두 두 자릿수 떨어졌다. 이 종목들은 모두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와 ‘아크 넥스트 제너레이션 인터넷 ETF’(ARKW)가 높은 비중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날 장이 열린 직후 아크의 대표 ETF인 ARKK는 11% 하락했다. 개장 30분만인 오전 10시(현지 시각)에는 이미 하루 평균 거래량인 800만주 이상이 거래됐다. 정오까지 3000만주가 거래되며 투자자들은 ‘패닉 매도’를 이어갔다. 이날 ARKK는 3.3% 하락한 139.0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일주일 새 10%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택티컬 알파의 알렉 영은 CNBC 보도를 통해 “일종의 작은 패닉 같았다”며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게 아닌지 시장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주 가격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제이 파월 Fed 의장이 의회에서 밝힌 내용이 공개되자 시장은 급락을 멈췄다. 파월 의장은 “우려할 만큼 심하게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통화 정책은 팽창적이고 앞으로도 계속 팽창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가 하락을 처음 촉발한 것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최근 하락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주식 가격이 너무 높지는 않은지 고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는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며 “금리보다도 시장 거품이 주가 하락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노아의 방주(Noah's Arkk)?’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배에 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자신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보다도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하락이 끝이 아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이 아크가 투자한 종목이 아주 안전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캐시 우드는 자신이 베팅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베팅액을 늘려나가는 스타일이다. 종교를 전도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투자자들은 이제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펀드가 ‘절대 잃지 않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문제가 발생한다.”
캐시 우드는 23일 벌어진 하락세에 공식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일(현지 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팔 때 우리는 사고, 사람들이 살 때 우리는 판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리가 오르면 우리도 여러 주식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아크의 포트폴리오 종목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이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에 타격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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