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주택의 대부분이 실제 서민층 주거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장기공공주택 재고가 2016년 말~2019년 말 32만8000호 늘어났다고 하지만 그중 85%는 전세임대 등으로 진짜 공공주택의 비중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공개한 공공임대주택 재고 현황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정권별로 분석했다. 자료는 국토부 통계와 주택업무편람,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국토부 답변 등을 활용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공주택 재고는 2016년 말 125만6000 호에서 2019년 말 158만4000 호로 32만8000 호 늘어났다.
경실련은 이중 행복주택이나 매입임대, 10년 분양전환, 전세임대는 공공주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서민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매입임대와 행복주택에 대해서는 '짝퉁 공공주택'으로, 10년 분양전환과 전세임대의 경우는 '가짜 공공주택'이라고 명명했다.
예컨대 매입임대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존의 다세대, 다가구를 매입해 재임대하는데 이때 집값 폭등으로 이미 오른 주택을 사는 것이므로 예산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행위라고 봤다.
전세임대의 경우도 저소득층이 사는 주택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전세 계약을 해 저렴하게 재임대할 뿐 공공이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영구·50년·국민 임대, 장기전세만을 '진짜 공공주택'이라고 하는데, 지난 3년간 증가한 공공주택 32만8000 호 중 여기에 해당하는 주택은 15%인 4만8000 호뿐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경실련은 국토부가 발표한 장기공공주택 재고율 7.4% 역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세임대 등을 제외하고 실제 20년 이상 장기임대 할 수 있는 공공주택은 적기 때문이다.
정권별로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장기공공주택이 30만호가 늘어나면서 가장 많이 공급되고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노태우 정부가 19만호를 공급했고, 가장 적게 공급한 정권은 김대중 정부로 4.4만호였다.
또한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 이전 2000년 초까지는 영구, 50년, 국민임대 등 장기공공주택이 공급됐지만 이후에는 매입임대, 행복주택 등 짝퉁 공공주택과 10년 뒤 팔아버리는 분양전환, 전세임대 같은 가짜 공공주택만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특히 짝퉁 임대인 행복주택, 매입임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측은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도입된 영구임대주택을 시작으로 장기 공공주택 정책이 시행된 지 30년이 경과했고 정부는 장기공공주택 재고가 OECD평균인 8%(173만호)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실제 경실련이 인정하는 재고율은 4.2%에 불과했다"며 "장기공공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땅장사, 건설사의 집 장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값 거품이 빠지기 전까지는 매입임대주택 공급은 중단해야 하며 공기업이 땅장사, 집 장사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고장난 공급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라면서 "문재인 정부 25번째 대책인 2·4 대책처럼 특혜남발 환경파괴식 물량공급대책, 예산 낭비식 특혜성 매입임대 물량 늘리기식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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