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정부에 4차 재난지원금용으로 20조원 이상 편성을 종용했다. ‘소득하위 40% 계층 일괄지급’ 제안도 했다. 재정 당국은 12조원 이상 편성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나랏빚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약속한 마당이고 월 25조원 들어가는 손실보상법안까지 입법이 되면 문재인 정부 출범 때 660조원이던 나랏빚은 올해 1000조원을 훌쩍 넘을 게 뻔하다. 내년 대선도 있어 앞으로 현금 살포 공약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재정폭주’, ‘매표(買票)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재정 수장인 홍 부총리가 제동을 거는 것은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 의원들은 “재정지출은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고 상식적인 말을 한 홍 부총리에게 “문재인 정부 사람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등 집단 공격에 나섰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탈원전 감사와 관련,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주인 행세 한다”고 한 것과 같은 인식이다. 선출된 우리가 주인이고, 공직자는 정권의 충견(忠犬) 역할만 하면 된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재정 당국이 이런 처지로 몰린 건 자초한 측면도 있다. 홍 부총리는 그간 여당의 압박에 번번이 물러서면서 ‘곳간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얻었다. 여당이 그를 만만하게 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당이 정부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아니라 상하 관계로 여기고 우격다짐식으로 압박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돈을 풀지 않는다고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는 것 자체가 정말 나쁜 정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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