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6일 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양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앱 이용자 수와 체류 시간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2월 셋째주) 업비트 앱의 주간 이용자는 135만7956명으로, 석 달 전(11월 셋째주) 41만8404명보다 225% 급증했다. 빗썸의 주간 이용자도 같은 기간 30만1173명에서 75만6969명으로 151%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두 앱의 중복 설치를 감안하더라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암호화폐 거래를 주도하는 세대는 20대다. 빗썸 회원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20대가 32.9%로 가장 많고 30대 29.1%, 40대 21.5%, 50대 12.1%, 60대 이상 4.4% 등의 순이다. 인터넷 투자 카페에서는 대학생, 심지어 군인까지도 암호화폐에 뛰어든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이용자가 거래소 앱을 켜놓는 시간은 ‘매일 100만 시간’에 육박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을 합산한 하루평균 이용시간은 11월 셋째주 24만7860시간이던 것이 2월 셋째주에는 98만4523시간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값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탔지만, 국내에선 한동안 투자 열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2018년 초 ‘코인 광풍’ 당시 쓴맛을 본 기억이 있는 개인들이 대부분 관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주식·부동산 열기가 워낙 거셌던 탓에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가격이 3년 전의 최고가 기록(2500만원대)을 깨고 연일 치솟자 분위기가 차츰 달라졌다. 지난달 빗썸의 신규 회원은 1년 전보다 765% 급증했다. 묵혀둔 계좌를 다시 꺼내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많다. 업계 4위 거래소 코빗에서 회원 요청으로 복구된 휴면계좌는 지난해 12월 10.3%, 올 1월에는 57.9% 늘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주식으로 고수익을 맛본 이들이 증시가 조정장에 접어들자 코인으로 옮겨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3년 전과 같은 ‘이상 과열’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시장의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는 ‘김치 프리미엄’이다. 한국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몇% 비싼지를 뜻한다. 이날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3% 수준. 코인 광풍이 절정에 달한 2018년 1월 50%를 넘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차분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3년 전엔 비트코인만 치솟았지만 지금은 풍부해진 유동성(자금 공급)으로 주식,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이 고공행진하는 점이 결정적 차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열풍이 뜨거워질수록 각국 경제수장의 ‘견제구’는 강력해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은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적 자산”이라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 기조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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