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에 새로 지은 4298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인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은 2016년 첫 분양에서 통째로 미분양이 났다. 당시 청약자 177명, 분양률 4%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위약금까지 물며 분양계약을 해지한 후 전체 미분양 상태에서 아파트를 지었다. 2019년 12월 후분양을 시도했지만 청약자는 390명에 그쳤다.
최근 들어 이 아파트는 분양률이 90%에 육박하면서 미분양 가구가 500여가구밖에 남지 않았다. 집값 급등에 따른 ‘패닉 바잉’(공황구매) 여파로 미분양 주택에까지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단지를 계약한 신혼부부 방모 씨(32)는 “주변 아파트들이 너무 많이 올라 신혼집을 어디서 구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월영 마린애시앙 부영이 할인 분양을 한다는 소식에 계약을 했다”며 “집값 급등에 선택지가 별로 없어 걱정이었는데 미분양이라도 저렴한 아파트가 나와 다행이라 여긴다”고 했다.
집값이 급등하며 패닉바잉(공포매후) 현상이 증가한 데다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그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미분양 아파트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만7130가구로 전월(1만9005가구)보다 9.9%(1875가구) 감소했다. 1년 전 4만3268호에 비하면 60.4% 줄었다. 2000년 관련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은 1861가구로 전월(2131가구)보다 12.7%(270가구), 지방은 1만5269가구로 전월(1만6874가구)보다 9.5%(1605가구) 각각 줄었다. 서울은 49가구에 불과했다.
미분양관리지역도 6곳에서 강원 원주시, 충남 당진시, 전남 광양시, 경북 김천시, 경남 거제시 등 5곳으로 줄었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경기도 양주시와 경남 창원시는 관리지역에서 해제돼서다. 다만 전남 광양시가 미분양관리지역에 새로 추가됐다.
미분양 주택은 분양시장과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미분양 소진은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로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09년 분양 후 11년째 미분양이던 경기 고양시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작년 말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었다. 10년 가까이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던 용인 수지구 ‘성복힐스테이트&자이’(3659가구)도 비슷한 시기에 미분양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경기도 양주시의 미분양 감소폭은 93%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629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은 한 달 만에 42가구로 93.32% 감소했다.
양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서울이나 타 수도권 지역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들어오면서 기존 단지는 물론 미분양 아파트 물량까지 줄고 있다”며 “서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어 전세난에 지친 젊은층들이 특히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창원 마산구에서 주택을 중개하는 윤모 중개사도 “지난해 11월까지는 서울·부산 등에 외지에서 온 투자자들이 집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사고 보는 ‘묻지마 투자’도 꽤 했는데 12월에 들어서면서 실수요자들이 뛰어드는 분위기”라며 “집값이 너무 뛰어 기존에 모았던 자금으론 집을 사기 힘들어 미분양 주택이라도 택하려한다는 매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분양 시장까지 들썩이는 것은 시장이 원하는 물량만큼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 22만7000여가구로 올해(27만996가구) 대비 약 16% 줄어든다. 특히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000여 가구로 지난해(5만289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주택임대차법 개정으로 수도권 전셋값이 크게 오른데다 2·4 대책으로 공공 재개발 현금청산에 대한 우려에 구축 아파트를 사는 것도 불안해 한다”며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3040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더 늦기 전에 장기 미분양 아파트라도 사들이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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