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살해죄 혼자 반대한 국회의원을 위한 변명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1-02-28 11:43   수정 2021-02-28 13:38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학대로 아동을 숨지게 한 사람에게 살인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한 내용입니다. 정인이 사태 등 아동학대 범죄가 잇따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254명 중 99.2%인 252명이 찬성했는데요. 유일하게 '반대'를 누른 사람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사건이 계기가 된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을 겁니다. 더구나 아동학대 관련 법안입니다. 반대 사실이 알려지면 역풍이 상당하리라고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김 의원이 혼자 반대했다는 사실을 SNS로 퍼 나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왜 반대를 눌렀을까요.

김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라는 개념을 언급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개념인데요. 김 의원은 "예견 가능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예견하거나 고의가 있는 경우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현행법상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 개념이 반영된 아동학대치사죄로도 양형 상향을 통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실제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됐을 때 비슷한 이유로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반대했습니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모두 법안 취지와 국민의 법감정에 공감하면서도 "형벌과 책임의 비례원칙에 따른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법원행정처)"거나 "아동학대치사와 아동학대중상해는 현행법상 징역형의 하한이 설정되어 있어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므로 사안에 따라 양형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법무부)"라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형량을 높여서 다른 정인이를 예방할 수 있다면 그냥 법정형을 사형으로 정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인이 사건도 수사기관의 직무 태만과 규정 위반도 중대한 원인이었다"며 "소위 '정인이법'은 그런 부분에 대한 통제나 감독 장치가 매우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인이법이 정말로 또 다른 정인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인지, 정인이 이름을 내세우면 무조건 그 법에 대해 찬성을 해야 하는 것인지 법률가라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엄벌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김 의원의 말처럼 개정안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오히려 법원행정처의 지적대로 법정형이 높아지면 입증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검찰에서 기소가 안 되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국회에서는 여론이 주목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입법 공백에 대한 반성은 없이 정의의 사도가 된 것마냥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핏대 세우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처벌 강화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수록 사건의 원인을 찬찬히 따져보고 예방책을 모색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아동학대살해죄 신설 법안에 홀로 반대표를 던진 김 의원을 비판할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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