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위안부 합리화' 불가능"…노벨상 수상자의 비판

입력 2021-03-01 09:44   수정 2021-03-01 09:49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2명이 일본군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하는 데 게임이론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비판 연판장에 서명한 학자는 1600명을 넘어섰다.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앨빈 로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게임이론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적 해석이 정당한지 여부는 증거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면서 "단순한 게임이론 모델로 증거가 뒤짚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학을 전공한 램지어 교수는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에 기고된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 논문에서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사용해 일본군 위안부 계약을 합리화했다. 전쟁터에서의 매춘이란 직업의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여성들은 대규모의 선급금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성사된 합리적 계약이었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부정론이 연상됐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밀그럼 교수는 경매와 인센티브이론, 산업경제학, 경제사, 게임이론 등 경제학의 여러 분야에서 권위자로 인정받은 학자다. 경매시장의 특성과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경매이론으로 지난해 스승인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와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로스 교수도 게임이론과 함께 시장 설계 분야의 연구로 지난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로스 교수도 윌슨 명예교수의 제자다.

앞서 게임이론의 한 분야인 '구조설계이론'으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학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램지어 교수 비판 연판장에 서명했다. 연판장에 서명한 학자는 1600명을 넘어섰다. 이용식·나츠 사이토·조나단 토드리스 조지아 주립대 로스쿨 교수는 ‘성노예 제도 계약의 오류(The fallacy of contract in sexual slavery)’라는 논문을 최근 발간해 램지어 교수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게임이론의 석학들이 램지어 교수의 게임이론 분석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면서 램지어 교수의 논몬을 게재한 IRLE와 하버드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IRLE를 발행하는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는 램지어 교수 논문의 인쇄본을 조만간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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