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집세를 내지 못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강제 퇴거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캠벨 베이커 미국 제5순회항소법원 판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내린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있지만 헌법 역시 마찬가지"라며 "CDC의 행정명령은 연방정부의 권한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캠벨 베이커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는 역사상 어떤 상황에서도 그런 권한을 주장하지 않았다"며 "치명적인 스페인 독감 대유행 기간이나 대공황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트럼프 전 행정부 때 CDC는 연간 소득 9만9000달러 이하 또는 부부 합산 소득 19만8000달러 이하인 세입자의 퇴거를 금지하는 퇴거 유예조치를 내렸다.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세입자가 일정한 거주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되면 코로나19 확산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이 조치를 오는 6월까지로 연장했다. 브라이언 보인턴 미국 법무부 차관 대행은 "CDC의 퇴거 유예조치는 일자리를 잃어 돈을 벌지 못하고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많은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어 "퇴거 유예조치는 사람들이 노숙자가 되거나 더욱 더 좁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대유행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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