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서 국채를 10조원 가까이 더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2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총 19조5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코로나19 피해지원대책 중 15조원 규모의 추경은 지출 기준으로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경(23조7천억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추경(17조2천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슈퍼추경' 15조원 중 9조9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다. 국민 1인당 추가로 20만원씩 빚을 짋어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연말 기준 국가채무 전망치는 965조9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나머지 5조1000억원은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환경개선특별회계(환특)·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에특) 세계 잉여금 2조6000억원과 한국은행 잉여금 8000억원, 기금 재원 1조7000억원으로 충당한다.
정부는 지난해 정부안 기준으로 2차 추경 7조6000억원 중 6조4000억원을, 3차 추경 23조9000억원 중 10조1000억원을 각각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1분기 '벚꽃 추경'으로 편성된 이번 추경에서는 지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9조9000억원 국채 발행은 고스란히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의 47.3%에서 0.9%포인트 늘어 48.2%로 상승한다.
추경으로 0.5%포인트가 올라갔고 올해 GDP 전망치 하향을 반영해 0.4%포인트가 더 상승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1∼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올해 추경 국가채무까지 합산하면 내년 나랏빚이 1091조2000억원까지 증가하고 2023년엔 1217조2000억원, 2024년엔 1347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추경이 여러 차례 편성된다면 국가채무가 올해 안에 1000조원에 도달할 수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현실화하면 이런 가능성은 더 커진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본예산에서 805조2000억원으로 제시됐으나 네 차례 추경을 거치며 846조9000억원까지 총 41조7000억원 증가했다.
2019년 본예산(740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96조1000억원이 늘었다.
이번 추경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본예산의 75조4000억원에서 14조2000억원 늘어난 89조6000억원이 됐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4.5%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26조원으로 본예산보다 13조5000억원 확대됐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6.3%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차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발표한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비율의 절대 수준만 보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낮지만 부채 증가속도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가채무비율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대외신인도 관리가 중요한데 OECD 국가 중 기축통화국 국가채무비율은 100%를 넘어서지만 비기축통화국 채무비율은 50%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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