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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정책당국자들이 지속적으로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음을 감안할 때, 이번에 내놓은 공급대책은 일단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먼 훗날이기는 하지만 주택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를 주택시장 참가자들에게 줬고, 3기 신도시 개발 방향의 변화가 예상돼서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판교 신도시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판교역을 하차하면, 인근에 저층의 임대(및 보금자리) 주택이 집중되어 있고 외곽으로 나가야 민간에서 공급한 중대형 아파트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의 주장에 일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를 보유한 중산층은 차 타고 와서 지하철로 환승하면 되고, 저소득층은 바로 전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니까요.
박민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의 이런 선상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아파트를 담장없이 길과 직접 만나는 일반 건물처럼 짓고, 도로 폭을 좁혀 작은 길을 내고, 모든 거리를 낮은 높이의 건물로 둘러싸인 ‘휴먼스케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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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을 접하면서 몇 가지 걱정거리가 떠올랐습니다. 3기 신도시가 지어진 목적과 부합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은 겁니다. 3기 신도시가 계획된 계기는 2014년부터 시작된 서울 등 수도권 핵심지역의 주택가격 급등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게 목적입니다. 저밀도로 도로 폭이 좁은 도시를 만들면 주민들 간의 교감이 확대되는 측면은 있을 수 있습니다. 대신, 단 시간 내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3기 신도시 주민들의 일자리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서울이나 판교 그리고 수원 같은 일자리의 중심지로 이동하지 않고, 사는 곳 주변에서 일자리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리 정부는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막기 위해 혁신도시를 건설했건만 15년이 지나도록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물론 3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을 넘어선 ‘일자리의 중심지’가 될 지 여부를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세계 제3위를 자랑하는 거대 클러스터가 서울입니다. 이 인근에서 새로운 일자리의 중심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가도 고민해보자는 얘깁니다. 기존의 3기 신도시 건설 방향은 너무 이상론에 치우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지난 24일에 나온 광명시흥 신도시에 7만호를 공급하는 등 대규모 주택공급의 의지를 보인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내보였다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이 대목에서 “3기 신도시 입주가 언제가 될 줄 알고 긍정 평가냐?”라고 반문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2030의 매수세는 “지금이 아니면 이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는 공포심에서 시작된 면이 큽니다. 이를 고려하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은 입지에 저렴한 주택 입주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전혀 소용없는 일은 아니라 봅니다.
정책의 타이밍에 대해서는 필자도 아쉽습니다. 2017년이나 2018년에 이 정도 규모의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다면, 지금은 이미 시범단지 입주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지난 일을 탓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급등을 넘어 이제 과열 국면에 진입한 부동산 시장에 ‘공급확대’의 신호를 준 것. 더 나아가 예상 보다 더 많은 물량이 나올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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