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회계법인 소속 A회계사는 “교보생명 건은 검찰이 ‘공인회계사법’ 제15조(공정 및 성실 의무)와 제20조(비밀엄수) 위반을 이유로 기소했는데 가치평가 업무가 공인회계사법의 대상이 되는지부터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가치평가는 감사 업무와 달리 컨설팅사와 감정평가사 등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수합병(M&A) 등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딜본부가 가치평가 업무를 주로 맡는데, 이런 일은 회계사 자격증이 꼭 필요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공인회계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아예 자격증을 반납하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B회계사는 “기업 가치나 자산 가치를 평가할 때는 시가, 장부가, 유사 매물, 미래 전망 등 다양한 밸류에이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으며 가장 적합한 기준은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판단과 별개로 우리로선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 C회계사는 “유수의 회계법인도 가치평가 업무 수수료는 건당 5000만~1억원 수준에 그치는 일이 많다”며 “고객도 많은 돈을 지급할 생각이 없고, 보고서가 다 나올 때까지 수수료를 주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입김이 반영되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종의 ‘도장값’만 받고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관행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가치평가 작업이 다른 업무와 엮여 있기도 해 꼭 필요한 업무만 골라서 맡되 수수료를 대폭 올리는 식으로 영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D회계사도 “형사처벌 위험이 불거진 만큼 평가보고서 보수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수료가 낮은 단순평가 업무 중 상당 부분이 ‘빅4’를 제외한 중소 회계법인이나 컨설팅업체 등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업무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D회계사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처럼 고객 요구에 맞춰 숫자를 계속 바꿔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요구가 있다 해도 일정 선을 넘지 말아야 하고 사후에 그 작업을 정당화할 수 있도록 근거를 갖추는 작업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이현일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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