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이 추진 중인 수사청 설치 법안은 검찰이 수사는 하지 않고 공소 제기와 유지 및 영장 청구 등을 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권한을 수사청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올해부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줄었지만, 여당은 이번 기회에 수사와 공소유지를 완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힘 있는 세력들에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일반 고소·고발 사건과 달리 권력형 비리 등 중대 범죄의 경우 수사 검사가 공소유지까지 담당한다. 하지만 중수청 설치로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수사는 수사관이, 공소유지는 검사가 맡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하는 사람 따로, 공소유지하는 사람 따로 되면 사건 파악도 어렵고 법정에서 변호인 주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윤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 등을 제외하고선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그랬던 윤 총장이 이례적으로 공개 행보를 한 것은 그만큼 중수청 설치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수사팀 와해’와 ‘윤석열 징계’ 등이 개인적 차원의 불이익 측면이 있었다면, 수사권 폐지는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명운이 달려 있다는 평가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총장이 사퇴라는 초강수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총장은 인터뷰에서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은 초임 검사 때부터 어떤 사안에서도 직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은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전략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현직 검사는 “총장이 임기를 지키면서 계속 싸워주는 것을 다수 검사가 원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의 비판에 대해 직접적 대응을 자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의견을 종합해 입법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혁/강영연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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