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重 '세계 최고' LNG선 기술, 중형 조선사에 이전

입력 2021-03-04 15:00   수정 2021-03-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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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이 자사의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 기술을 국내 중형 조선사에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계 1, 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LNG선 분야의 시장 독점 가능성을 해소하라고 주문한데 따른 조치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국내 중형 조선사에 LNG선 건조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LNG선 시장 독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서다. EU집행위는 작년 현대중공업 측에 합병 검토의견서를 보내 “LNG선 시장경쟁 제한 가능성을 해소할 방법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LNG선 독점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합병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NG선 건조 경험이 있는 STX조선해양이 이번 기술이전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의 평가다.

LNG선 분야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시장점유율이 약 70%에 달한다. 수익성이 높고, 고도의 건조 기술력이 필요해 국내 조선업계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시장이다. 게다가 중국회사가 건조한 LNG선에서 각종 기술결함이 발생하면서 한국 조선사의 몸값이 더 올라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1, 2위 조선사다. 두 회사가 2019년 인수·합병(M&A)을 발표한 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은 합병을 승인했고,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선 심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남은 3개국 중 EU가 공룡 조선사 탄생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은 LNG선 대형 선주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이어서 한국 조선사들이 대형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은 합병의 분수령이 될 EU와의 협상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과 EU간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과 한국의 심사 당국도 EU집행위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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