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만에 전격 수리했다. 정치적 행보 논란을 낳은 윤 총장의 최근 처신에 대한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4일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윤 총장이 대검 현관 앞에서 사의를 밝힌 지 한 시간여만에 나온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후임 인사는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밝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사의를 표명하더라고 문 대통령이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의 사의 입장문을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의 사퇴문이라기 보다는 대선 출마선언문 같았다"며 "사의를 밝히는 검찰총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이날 사의를 밝히면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의 피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등 기성 정치인들이 사용하던 수사를 활용했다. 이는 중도사퇴한 이전 검찰총장들이 "저의 소임은 여기까지"라며 말을 아끼면서 여운을 남기는 메시지를 밝히던 전례와 확연히 다른 행보다.
청와대는 특히 윤 총장의 사의의 명분으로 내세운 중대범죄수사청을 거론하는 데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여당에 사실상 '속도조절'을 주문하며 검찰의 입장도 배려할 것을 당부한데다 중수청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지도 않는 등 아직 실체가 없음에도 이를 고리삼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각을 세우는 것은 다분히 정치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여당내에서도 중수청을 둘러싼 다양한 이견이 있고 검찰도 국회논의과정을 통해 의견을 반영하라고 당부했음에도 헌법파괴 등을 운운하며 사퇴하는 것은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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