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로 뒤덮인 한국인의 음주 문화에 최근 위스키가 스며들고 있다. 동네 마트나 유흥업소에서 파는 ‘양주’와는 엄연히 다르다. 조니워커, 발렌타인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부터 발베니, 맥칼란 등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요즘에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등 국가뿐 아니라 아일레이(Islay), 하이랜드(Highland) 등 지역까지 나눠 고유의 위스키를 즐긴다.
위스키를 ‘양주’란 단어 하나로 부르기엔 색과 향, 맛이 너무도 다르다. 위스키 애호가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세계에는 와인처럼 퍼스낼리티(personality·개성)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했다.
위스키를 고급 호텔 바(bar)에서만 마시는 것은 옛일이다. 요즘은 서울 홍대, 합정, 서촌, 청담 등 곳곳에 위스키를 선보이는 바가 많다. 2030도 위스키 매력에 흠뻑 빠졌다. 직장인 윤모씨(30)는 “한 잔에 1만원대인 비싼 술이지만, 위스키 바의 음악과 조명 등 분위기가 고급 문화를 즐기는 만족감을 준다”고 했다. 서촌에서 바 ‘참’을 운영하는 임병진 대표는 “새로운 술을 접하는 것에 거부감과 두려움이 없다 보니 위스키 문화를 즐기는 2030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위스키의 고장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위스키 사랑이 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낸 영국의 106세 할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우유와 위스키가 장수 비결”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 사람은 아침 공복에도 위스키(Breakfast Whisky)를 마신다.
하루키는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위스키로 축배를 든다. 그리고 누군가 죽으면, 사람들은 아무 말없이 위스키 잔을 비운다. 그것이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이다”고 했다. “브라운색 음료의 맛을 아는 것은 50세가 넘어서다”라는 허세 섞인 표현도 스코틀랜드인의 위스키 사랑을 보여준다.
도대체 위스키가 뭐길래 동서고금이 매력에 빠졌을까. 술이라곤 소주와 소맥만 ‘부어라 마셔라’ 했던, 폭음으로 다음날 매일 ‘금주’를 선언했던 그대에게 위스키의 정취를 소개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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