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했다.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여권의 사퇴압력이 거세졌을 때도 “무슨 일이 있어도 검찰총장의 임기를 마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갑자기 사표를 던진 것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를 막으려면 사퇴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 파괴’,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의 향후 거취를 두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의 사의 표명은 여당의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초강수 대응’으로 풀이된다. 전날 윤 총장은 대구지검·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은 결국 부패가 마음 놓고 완전히 판치게 하는 소위 ‘부패완판’을 부르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후퇴의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집권 여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추진을 정면 비판했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 등 여권에서 그의 언론인터뷰에 대해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자,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올바로 설명을 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가 과거 검찰총장들에 비하면 “버틸 만큼 버티다 내려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총장은 조국 수사 이후 줄곧 여권의 사퇴공세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초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같은해 10월엔 윤 총장에 대해 무려 6건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11월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대외적으로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히자 윤 총장도 자세를 바꿨다. 윤 총장은 최근 “직을 걸고서라도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막겠다”며 작심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는 것은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총장이 사의 표명 시점을 이날로 잡은 것 역시 여권이 추진하는 소위 ‘윤석열 출마금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검사·법관은 퇴직한 후 1년간 공직 후보자 출마가 제한된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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