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지역에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를 알아보던 김모 씨(37)는 최근 투자를 포기했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많이 올라 갭투자에 유리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매매가도 함께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낮아진 탓이다.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갭투자도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고 전셋값이 높은 편인 외곽에서 갭투자가 많았다. 하지만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매매에 뛰어들면서 집값이 상승하면서,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벌어지면서 갭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갭투자 비중이 전달보다 크게 낮아졌다. 노원구의 경우 올 초 갭투자 비중이 전체 주택거래에서 1%대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423건의 거래 중 갭투자 매매는 4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달엔 17%, 전달엔 4%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도봉구와 금천구도 같은달 1%대 비중을 기록했다. 관악구는 4%, 구로구는 5%, 강북구는 7%대를 보였다. 노도강 금관구 등 외곽지역 중 강북구를 제외한 모든 구의 갭투자 비중이 줄었다.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낮아진 경우도 있었다.
외곽지역 외의 서울 지역 전역에서 갭투자 비중은 줄어드는 분위기다. 강남구의 경우 작년 상반기(4월 기준·29%)까지 갭투자 비중이 전체 주택거래에서 약 30%에 달했다. 그러다가 7월 19%로 감소한 뒤 12월 10%, 올해 1월엔 4%로 내려앉았다. 서초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지난해 12월 10%에 달했던 갭투자 비중이 지난달 2%로 감소했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강북 마포나 성동구 지역도 각각 1%와 2%로 낮아졌다.
통상 갭투자는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전셋값이 오를 경우 늘어난다. 전셋값이 뛰면 그만큼 갭투자에 드는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시장에선 전셋값이 88주 연속 오르며, 2~3개월 만에 보증금이 수억원 오른 단지가 속출하는 중이다.
전셋값의 흐름을 보면 갭투자가 늘어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 전셋값이 뛰는 것 이상으로 매매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화하자 참다못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면서 집값은 오르고 있다. 무주택자들은 외곽의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매물 부족과 집값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
관악구 U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1이라면 실수요자들의 상담은 9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라며 “많은 실수요자들이 ‘너무 값이 올라 상투 잡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면서도 전세난 때문에 당장에 살 집이 없어 비싼 값에도 울며겨자먹기로 집을 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매가가 뛰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KB국민은행 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2월 전세가율은 56.17%로 전달(56.26%)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8월 53.27%에서 올해 1월 56.26%까지 연속으로 상승했다가 처음으로 낮아졌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셋값도 많이 올랐지만 매매가 상승폭이 워낙 크니 전세가격이 따라잡지를 못해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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