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어머니의 무리한 합가 요구로 괴롭다는 사연이 올라와 화제다.
사연을 올린 A씨는 "시어머니가 갑자기 월세를 내고 우리 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한다. 본인이 식비와 전기세, 수도세 등을 계산해서 직접 월세를 약 70만원 정도로 정했더라"면서 "대뜸 들어와서 살고 싶다고 말하고는 돈 몇푼으로 납득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게 황당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주로 재택근무를 하는 A씨는 시어머니와 정 반대의 생활 패턴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시어머니가 놀러오실 때는 며칠이면 되니까 매 끼니도 챙기고, 패턴도 바꿔서 생활할 수 있었지만, 계속 같이 사는 건 다른 문제이지 않느냐"며 답답해했다.
특히 A씨 부부의 집은 현재 자가가 아니며, 이들은 결혼할 때 양가 어느 쪽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A씨는 "남편에게 '합가는 없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면서도 "나중에 또 이런 저런 이유로 합가 이야기를 꺼낼까 봐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A씨의 경우처럼 결혼 후 합가를 강요당하고 있다며 고민을 토로하는 사례를 온라인 상에서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합가 및 부모 부양 강요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실제로 부부 사이에서 '합가' 문제는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포털이 네티즌 13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댁(처가)에서 요구하는 일 중 제일 싫은 것'에 대한 물음에 절반에 육박하는 48%가 '합가'(672명)를 1위로 꼽았다.
이어 '다른 미혼 형제자매 뒷바라지'(18%), 3위 현관문 '비밀번호 요구'(13%), '생일상 직접 차리기'(9%), '종교 강요'(7%), '기타'(5%) 순이었다.
네티즌들은 "합가를 하려면 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합의가 되어야 한다", "동의되지 않은 합가는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결혼 전에 합가와 관련한 문제도 확실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듯", "홀어머니라서 혼자 사는 게 걱정스럽다면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는 건 어떨지", "부부 갈등이 되지 않도록 합가가 어렵다면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것도 필요할 듯" 등의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합가를 요구하는 것은 며느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다"라며 "외국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시부모나 처가 부모님의 간섭이 심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고부갈등에서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직접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의 입장에서 어머니에게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계속해서 어머니 편만 들고 아내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으면 혼인생활이 파탄이 될 수 있고 아내는 이혼까지 고려하게 될 수 있다"면서 "실제 사례에서도 시어머니의 부당한 대우로 인하여 혼인이 파탄된 경우 이혼을 인정한 판례가 있고 고부갈등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남편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결혼한다’는 것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며 "결혼 후에도 계속해서 부모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배우자에게 소홀하다면 애당초 결혼하지 말거나 차라리 이혼하고 부모님과 오붓하게 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고부갈등이 심해지면 남편은 우선 아내의 편을 드는 것이 좋다. 남편이 아내 편을 들어 설령 어머니와 관계가 소원해진다고 모자관계는 단절되지 않고 다시 화해할 수 있지만 부부관계는 소원해지고 멀어지면 영원히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부부가 행복하게 잘 지내면서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진정한 효도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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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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