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넥슨이 5일 전격 아이템 확률 공개를 선언했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은 사용자들이 불분명한 확률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유료 결제를 지속해 '카지노 슬롯머신'에 비유되며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8년에는 게임업계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넥슨은 우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메이플 스토리'의 큐브 아이템 확률을 이날 중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등급 업그레이드 확률을 포함한 세부 수치도 공개한다. 이외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 정보에 '유료 강화' 확률까지 공개하는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에 더해 '무작위', '랜덤'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 사용을 중단하고 확률과 관련한 용어는 확률표 공개 등을 통해 논란을 막겠다고 했다.
2004년 국내 게임사 중에선 처음으로 넥슨이 출시한 것으로 알려진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들엔 '캐시카우'였다. 게이머들이 레벨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들을 얻기 위해 2000~3000원가량의 소액 결제를 지속하면서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확률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지를 사용자는 알 수 없었다. 넥슨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이템 '허위·기만적' 정보 제공을 사유로 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모바일게임 1위 엔씨소프트가 최근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자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면서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및 모든 게임 내 정보의 공개를 청원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카지노 슬롯머신 같은 도박도 확률을 다 공개하는데 게임도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부 이용자들은 판교 게임사들 앞으로 전광판 트럭을 몰고 가 "강원랜드도 슬롯머신 확률을 공개한다"며 시위를 벌였고, 국회에서 게임업체의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게임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내용의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오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9년 확률형 아이템 논란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청소년 유료 결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은 베팅을 하는 도박과는 다르며 게임 내에서 사행성을 유도하지는 않는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