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음식 배달 스타트업인 딜리버루가 올해 말 런던 증시 상장을 계획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획대로 기업공개(IPO)가 진행될 경우 70억파운드(약 10조94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딜리버루는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출신인 윌리엄 슈가 2013년 런던 첼시에 설립한 기업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12개 국가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4만개의 음식점이 등록돼 있으며 배달원은 11만명에 달한다.
딜리버루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을 비롯해 피델리티, 티로프라이스, 제너럴 카탈리스트, 악셀, 인덱스 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지난달 1억8000만달러의 상장 준비 자금을 확보하면서는 7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마존으로부터 첫 투자를 받았던 2019년 당시보다 기업 가치가 두 배로 커졌다.
최근 상장을 검토중인 유럽의 인터넷 기업들이 미국 뉴욕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딜리버루가 런던 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은 최근 영국의 상장 관련 규제가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금융 중심지의 위상이 흔들리자 기업 유치를 위한 상장 규제 개혁에 나섰다.
영국 재무부는 런던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의 창업주에게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추진중이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 등 회사에 기여한 사람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증시 상장으로 창업주 지분 비율이 낮아져도 안정적인 기업 운영권을 갖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FT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등도 차등의결권을 적용받고 있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우 인기있는 제도"라고 소개했다.
딜리버루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채택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장 3년 뒤에는 슈 창업자의 차등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슈 창업자는 "딜리버루는 런던에서 태어난 기업"이라며 "런던 증시 상장을 준비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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