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뛰는 美 국채 금리…월가 "Fed, 시장개입 나설 수도"

입력 2021-03-05 17:27   수정 2021-03-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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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채권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 금리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가에선 미 국채 금리가 단기간 추가 급등하면 결국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달 만에 1.5배 된 美 국채 금리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틀 전인 작년 3월 9일 연 0.54%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일(현지시간) 연 1.54%로 마감했다. 1년 만에 정확히 1.0%포인트 뛴 것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백신 배포→경기 회복→물가 상승’에 따른 ‘예고된 이벤트’다. 그런데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건 예상을 뛰어넘은 상승 속도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줄곧 연 1%를 밑돌던 국채 금리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건 올해 1월 말부터다. 같은달 27일 연 1.04%였던 10년 만기 수익률은 한 달여 만에 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25일엔 장중 연 1.614%를 찍으며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국채 금리는 당분간 더 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대규모 부양책의 시행이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이달 중순부터 1조9000억달러가 풀리면 경기 회복이 가속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 미 재무부가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금리의 상승은 미국의 기업·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일반 대출 금리와 연동하는 구조 때문이다. 주택금융 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날 30년 만기 고정금리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평균 3.02%를 기록했다. 모기지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것은 작년 7월 후 약 8개월 만이다.

미 국채 금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브리핑이 예정된 오는 17일까지 불안한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FOMC가 열리기 전 약 2주일 동안 Fed 핵심 인사들이 통화정책 발언을 내놓지 않는 ‘블랙아웃’ 관행이 있어서다.

다만 국채 금리의 급등락이 계속되면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시장 개입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개입 방식으로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은행권 보완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 연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2년 만에 연 2% 돌파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한국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일 오전 연 2.010%까지 치솟았다. 오후 들어 조정을 받으며 연 1.992%로 마감했지만 언제라도 다시 2%를 웃돌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를 넘어선 것은 2019년 3월 7일(연 2.005%) 후 2년 만이다.

10년물뿐 아니라 다른 만기의 국고채 금리도 급등했다. 초장기채인 20년물(연 2.115%)과 30년물(연 2.120%)은 0.02%포인트 이상 올랐다. 단기물인 3년물(연 1.066%)과 5년물(연 1.438%)은 각각 0.036%포인트, 0.016%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국고채 발행량도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는 60조7275억원 규모다. 올해 45조4060억원보다 33.7% 늘어난다.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 규모는 2023년 더 증가해 68조9614억원에 이른다.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대부분은 새로 채권을 발행해 상환하는 차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금리가 오르면 채권 발행 금리도 높아져 한국 정부 부담은 확 늘어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꺼번에 대규모 물량을 상환해야 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조기상환 등 만기도래 물량 분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김진성/노경목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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